산후조리원 안 가도 되는지 고민 중이라면, 결론부터 말할고 싶다.
가능하다. 할만하다.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.
나는 초산에 제왕절개였다. 4박 5일 입원 후 퇴원해서 바로 집으로 왔다.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3주, 남편 출산휴가 분할 사용. 그게 전부였다. 산후 마사지는 총 2회, 산후풍도 없다.
* 서울 성모 병원은 4박 5일이 최대 입원이다...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듯. 더 있어도 좋았겠지만 딱히 돌아와서 다시 입원하고 싶을 만큼 힘들거나 아픈건 없었다. 심지어 나는 양수 터져서 새벽 응급 수술한거라 4박 중에 하루는 거의 잠을 못잤다.

산후조리원 알아보고 더 가기 싫어졌다
처음부터 굳이 가야 하나 싶었다. 그래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부터 고민을 했다. 남편은 일단 가보고 결정하라고 했다. 나중에 후회할 수 있으니까.
강남 서래마을, 잠실, 방이 쪽 산후조리원들을 알아봤다. 기준은 방이 최대한 큰 곳. 대부분 2주에 600만 원 선이었다.
근데 상담 다녀오고 나서 오히려 더 가기 싫어졌다.
시설이 나빠서가 아니었다. 신생아실에 있는 작은 아기들을 보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. 저 아기들한테 지금 이 시간이 평생인데. 엄마 없이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 손에 있는 게 그 아기한테 과연 좋은 건가. 나는 모자 동실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. 그런데 2주를 더 그렇게 보내는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.
600만 원을 내고 내 자유를 제한받으면서, 내 아기를 남이 보는 구조. 나한테는 맞지 않았다.

신생아한테 그 시간은 평생이다
산후조리원에서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기고 엄마가 쉬는 구조,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긴다.
근데 그 아기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 있나.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세상이 낯선 공간, 낯선 사람 손이다. 어른한테 2주는 짧은 시간이지만 신생아한테는 다르다. 초기 애착이 형성되는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아기한테 의미 없는 일일 리 없다.
나는 그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.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니까. 그게 산후조리원 안 간 가장 큰 이유다.
실제로 어떻게 했나
병원 퇴원 전: 남편 출산휴가 1차
출산 직후부터 퇴원까지 남편이 옆에 있었다. 집에 오는 첫날, 기저귀 가는 방법도 몰라서 멘탈이 나가기도 했다. 그래도 어떻게든 배웠다.
퇴원 후 3주: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
토요일에 퇴원했는데,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산후도우미가 왔다. 최대치인 3주를 이용했다. 식사 준비를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피로도가 많이 줄었다. 아기 수유법, 목욕법도 많이 가르쳐 주셨다. 개인적으로 낯선 사람이 집에 있는 게 불편하기도 했지만, 그래도 충분히 도움이 됐다. 조리원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하는데, 요즘이 뭐 어떤 세상인가. 인터넷으로 배우면 되고 산후도우미 분도 많이 가르쳐주신다.
산후도우미는 중간에 해지도 가능하니 일단 신청해보는 걸 추천한다.
산후도우미 끝난 후: 남편 출산휴가 2차
남편이 출산휴가를 두 번에 나눠서 썼다. 산후도우미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서 바로 붙였다. 공백 없이 약 4주는 도움을 받은 셈이다. ('24년에는 출산휴가가 10일이 최대였다.)
수면은 스케줄로 관리했다
집에서 산후조리할 때 제일 어려운 건 잠이다. 신생아 시기 수유 텀이 짧아서 7시간 이상 자본 날이 많지 않다. 그래도 방법이 있다. 남편이 밤 12시까지 수유를 맡고, 나는 9시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. 그것만으로도 최대 5시간을 연속으로 잘 수 있었다. 주말과 남편 출산휴가 기간을 최대한 수면에 활용했다.
마사지는 총 2회
산전 마사지 블로그 협찬으로 1회, 산후 마사지 내 돈으로 1회. 16만 원 정도였다. 매일 받으면 당연히 좋겠지. 근데 16만 원 벌려면 웬만한 연봉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한다. 집에 안마의자가 있어서 그걸로 대체했다.

집에서 산후조리 비용
산후조리원 2주 600만 원 vs 집에서 산후조리 실비용.
산후 마사지 16만 원,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본인 부담 약 30만 원. 합쳐서 50만 원 채 안 됐다.
친정 엄마가 산후조리하라고 500만 원을 줬다. 고마운 마음으로 받았고, 산후조리원엔 쓰지 않았다. 지금 그 돈은 ETF에 넣어서 굴리고 있다. 아기가 나중에 진짜 필요한 순간에 쓸 돈이다.
산후풍은 없다
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산후풍이 없다.
한국에서는 산후조리를 못 하면 나이 들어서 아프다고 한다. 근데 나이 들면 다 아프다. 아기를 많이 안으면 팔목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다. 이건 산후조리를 못 해서가 아니라 아기를 안아서 그런 거다. 애 낳고 임신 때 습관이 있어서 밥먹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니, 산후도우미가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. 양말 신어라, 아이스 커피 안된다.. 별 말씀을 다하셨는데 그냥 웃고 말았다.
산후풍 자체가 한국에만 있는 개념이다. 해외에서는 출산 후 며칠 안에 일상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. 당연히 신체적으로 한국인이 출산에 힘든 몸인건 나도 안다. 근데 솔직히 누워만 있는다고 뭐 나아지는 건 없지 않나..? 제왕절개 하고 나면 오히려 걸으라고 하는데. 난 평소에도 체력이 별로고 출산 전에 조산끼가 있어서 입원까지 했다. 산후조리 딱히 정성들여 안해도 별 문제 없다.
잘 쉬고 잘 먹으면 된다. 새벽 수유 당연히 힘들지.. 근데 남편이랑 좀 나눠서 하고, 남편 없을 땐 산후도우미 써서 낮에 자고 하면 된다. 그냥 다 하면 된다. 못한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고,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 할 수 있다. 돈이 차고 넘치면 당연히 이리 쓰든 저리 쓰든 무슨 상관이랴. 그런데 나에겐 2주에 600만원 너무 아까웠다.
산후조리원이 필요한 사람, 필요 없는 사람
산후조리원이 맞는 사람이 있다. 몸 상태가 많이 안 좋거나, 도와줄 가족이 없거나, 혼자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가는 게 맞다.
근데 남들이 가니까, 남들 시선 때문에 좋은 산후조리원을 찾아가는 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. 라캉이 말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.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걸 나도 원한다고 착각하는 것. 산후조리원 선택에도 그게 작동하는 것 같다.
내가 진짜 원해서 가는 건 괜찮다. 근데 그게 아니라면 몇백만 원은 다른 데 쓰는 게 낫다.

집에서 산후조리, 이런 분한테 추천한다
체력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. 집이 더 편한 사람.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. 남편 출산휴가를 제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인 사람.
이 조건이 맞으면 산후조리원 안 가도 충분히 할 수 있다. 어차피 결국엔 혼자서 해야 한다. 하려고 하면 다 할 수 있다. 내 아기는 내가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.
집에서 하다가 너무 힘들면 근처 산후조리원 입소해도 된다. 은근 자리 있다. 나도 혹시 몰라 예약 걸어 둔 몇 곳에서 전부 전화왔었다.
자주 묻는 질문
Q. 산후조리원 안 가면 산후풍 생기지 않나요? 산후풍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에 가깝다. 나이 들면서 아픈 것이 산후조리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근거는 부족하다. 아기를 많이 안으면 팔목과 허리가 아픈 건 산후조리 여부와 상관없다.
Q. 시댁, 친정 도움 없이도 가능한가요? 가능하다.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와 남편 출산휴가를 잘 조합하면 가족 도움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다.
Q.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는 어떻게 신청하나요?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. 소득 기준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다르고, 복지로 사이트나 주민센터에서 신청 가능하다.